송샘 영화2015. 1. 26. 19:05

록키 (Rocky), 실베스터 스탤론


1977년 3월 28일


LA 도로시 공연장 (Dorothy Chandler Pavilion)에서 열린 ‘4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미국’이 지금도 사랑하는 불멸의 영웅이 탄생합니다.



 

1976년


100만 달러의 저예산에 무명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을 주연으로 한 영화 ‘Rocky’는, 미국에서만 제작비의 30배가 넘는 흥행을 거둡니다. 그리고 오디션을 전전하던, 대사도 없는 단역배우 ‘이탈리안 종마’ ‘실베스터 스탤론’을 헐리우드의 별로 만듭니다.


지금봐도 감동적인 영화 록키의 시나리오는, 그 이후의 스크린 행적을 보면 믿기지 않지만, 스탤론이 직접 쓴 것입니다. 스탤론은 ‘록키’의 시나리오를 한 달만에 탈고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시나리오 집필에 걸린 시간은 3일 이었습니다.


수 십번씩 고쳐 쓰는 것이 보통인 시나리오를 스탤론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쓸 수 있었을까요? 미국 영화 협회(AFI)가 작성하는 ‘100대 영화’에 반드시 들어갈 정도로 고전이 되어버린 작품을, 그것도 복싱영화로, 어떻게 그렇게 빨리 끝낼 수 있었을까요?


 


답은 두 가지, 웨프너와 스탤론입니다.


1975년 벌어진 불패의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가 변두리 복서 ‘척 웨프너’와 시합을 벌입니다. 누가 봐도 뻔한 경기였습니다. 내기는 승패가 아니라 웨프너가 ‘3회’를 넘기느냐에 걸렸습니다.


그러나 ‘둔하고 느린’ 웨프너는 빨리 KO당하기를 바라는 관중들을 실망시켰습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알리의 송곳같은 잽과, 창같은 스트레이트에도 웨프너는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곰같이 무거운 발로는 알리의 댄서같은 풋워크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느린 주먹으로는 알리의 현란한 ‘위빙(몸을 흔들어 주먹을 피하는 기술)’을 맞출 수 없었습니다. 인파이터 알리의 인간 샌드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9회가 되었습니다.

 

알리의 주먹을 얼굴로 막으면서 돌진하던 웨프너는 오른쪽 주먹을 알리의 왼쪽 옆구리에 찔러 넣습니다. 그 순간, 불패의 ‘복싱 아티스트’ 알리는 현역 최초이자 마지막 다운을 당합니다.


그렇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챔피언은 내렸던 가드를 올리고 경기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외과 수술’을 하듯이 웨프너의 온 몸을 찍어 냅니다. 수술용 메스같은 알리의 펀치에도 웨프너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15 라운드, 경기 종료 19초를 남기고 레퍼리는 경기를 종료시킵니다. 실제로 웨프는 간신히 서 있는 ‘좀비’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TKO를 당합니다.


 

록키와 비슷한 스토리 아닙니까?

 

당시 30세의 별 볼일없던 스탤론 역시 이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9회, 웨프너가 알리를 다운시켰을 때, 온몸을 찌르르하게 하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스탤론은 그 장면이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경기 직후 웨프너에게 전화를 걸어 시나리오 작업에 대한 동의를 받아 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디어 만으로 시나리오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킬 수 있는 캐릭터가 있어야 합니다. 작가의 고통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지점입니다. 아아디어는 훌륭했지만 설득력 없는 캐릭터 때문에 뻔할 뻔자가 된 영화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런데 스탤론은 이미 준비된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찌질한 자신’이었습니다.


마카로니 냄새나는 느끼한 얼굴에, 웅얼거리는 액센트, 그리고 처진 눈의 스탤론은 수 백번의 오디션에서 낙방하고, 필라델피아 빈민가에서 10년 넘게 눈물 젖은 빵을 씹고 있었습니다.

사진사였던 아내의 도움으로 근근히 살아가던 비젼없는 찌질이가 스탤론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단 한번의 기회가 ‘록키’라는 영감으로 왔고, 스탤론은 자신의 모든 서러움을 투영해 ‘록키’ 캐릭터를 완성합니다.


스탤론이 살던 집, 스탤론의 가죽옷, 스탤론의 모자, 스탤론이 거닐던 필라델피아 빈민가, 그리고 스탤론이 뛰어 오른던 계단, 스탤론의 가족, 심지어 그의 개까지 ‘록키’에 등장합니다. 말 그대로 스탤론의 모든 것이 록키에 담겨 있습니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찌질이 스탤론’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뜨거운 공감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룹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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