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화 환원이 되살린 모네
남의 떡이 더 커보입니다...
화학을 가르치다보면 생물이나 지구과학 선생님들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사실, 많은 선생님들이 느끼시겠지만 수업을 시작할 때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것, 다시말해 ‘동기유발’이 가장 어렵지요? 생물이나 지구과학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로 시작하기가 참 쉬운 것 같습니다. 생물, 지구과학 선생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생물에는 줄기세포, 인공심장, 염색체 돌연변이, 희귀질환, 우리집 강아지, 매일 먹는 음식들, 비만 같은 흥미로운 소재들이 있고 지구과학에는 나로호, 인공위성, 외계인, 태풍, 우주여행, 지구종말, 빅뱅 같은 스토리들이 있지요.
화학도 괜찮아요...
하지만.. 화학은 기껏해야 요리, 세제, 풍선, 계란 삶기 같은 것들 뿐입니다. 그나마도 물질의 특성, 세가지 상태, 산과 염기를 지나 산화환원, 원자와 주기율표로 접어들기 시작하면 밑천이 부족해집니다. 대체 원자의 구조에 대해 배울 때 어떤 재밌는 이야기로 시작해야 할까요.. 그 때쯤 되면 아이들이 묻습니다. “이거 배워서 뭐해요?”
오늘 보여드릴 것은 “배워서 뭐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산화와 환원이 기억나시나요? 주입식 교육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한참 지나도 산화는 산소를 얻고 전자를 잃는 반응, 환원은 산소를 잃고 전자를 얻는 반응 같은 소소한 지식들이 떠오릅니다. 한술 더 떠보면 금속의 이온화 경향 등도 떠오르지요. 칼카나마알아철니...로 주문처럼 외우던...
과학동아 2001년 3월호에 매우 반가운(?) 기사가 실렸더군요. 이거 수업에 쓸만하다 생각되어 급 스크랩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잠깐만 인용을 해볼까요?
과학이 살려낸 모네
영국 과학잡지인 ‘뉴사이언티스트’ 최근호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이 인상파 창시자 모네의 검게 그을은 ‘수련’ 연작을 산소 원자 총을 이용해 복원하는데 거의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나사 글렌연구소의 브루스 뱅크, 샤론 밀러 박사팀이 미술품 복원에 사용한 장치는 지름 3㎜인 산소 원자 총. 산소 원자는 그을음(탄화수소)과 반응해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 또는 수증기로 변해 날아가 버렸다. 반면 물감은 이미 충분한 수의 산소 원자와 결합돼 있는 산화금속이기 때문에 산소 원자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1958년, 1961년 두 차례의 화재로 온통 검은 그을음으로 뒤덮여 있던 모네의 수련은 산소 원자 총 앞에서 마침내 원래의 꿈꾸는 듯한 푸른색과 초록색으로 다시 살아났다.
(중략)
일반적으로 미술품에 묻은 그을음을 벗겨내는 데는 벤젠과 알코올과 같은 유기용매가 사용된다. 그러나 오래된 미술품은 조그만 자극에도 물감이 부스러지는데다 액체 용매에 의해 캔버스 천이 부풀거나 색이 번질 우려가 있어 쓸모가 없었다.
불완전 연소된 탄화수소를 산소원자로 처리해 버린 것이지요. 수업시간에 수련 그림과 함께 화학이 이렇게 쓸모가 있다고 열변을 토해보았으나.... 아이들에게는 예상한 만큼의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역시, 인기많은 연예인의 스캔들이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데는 최고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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