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세 개의 사과
도전과 응전
인류 역사는 끝없는 도전의 역사입니다. 도전을 하고 도전을 받는 속에서 승리와 패배를 반복해 온 것이 인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빌리면 인류는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을 해 온 것입니다.
변화 무쌍한 역사를 과학으로 간주하고, 그 속에서 절대 불변의 법칙을 찾으려는 시도는 항상 있어왔습니다. 헤겔의 절대정신,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 등이 그런 노력이었습니다. 그리고 약간 감상적이지만, 오늘 얘기할 세 개의 사과 (실은 네 개)는 그러한 큰 그림을 보여줍니다.
사과(apple)
7500개의 품종이 있으며 년간 생산량은 7천만톤에 육박합니다. 이 과일은 트로이전쟁 (BC 12세기)을 일으키는 요물(!)로도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태고적부터 인류와 함께 있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이렇게 인간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사랑받는 과일 중에서 세 개가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각기 무엇인가로부터 독립하려는 시도였습니다.
1. 에덴 동산의 사과(신으로분터의 독립)
정확히 말하면 선악과이지만 사과라고 흔히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지질학적 이유로 사과가 아닌 바나나설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꽤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이브는 뱀(사탄)의 꾐에 빠져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입니다. 순진한 아담이 먹던 훔친 사과는 그의 목에 걸려 버리게 됩니다. 그러한 연유로, 남자의 목 앞분에 툭 튀어나온 부분(결후)을 영어로 'Adam's Apple'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아담과 이브는 신의 말을 듣지 않고 선악과를 훔쳐 먹은 죄로 낙원에서 추방당합니다. 그 이야기는 장님 시인 밀턴이 ‘실락원’에서 서사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일설에 따르면 밀턴이 연인에게서 버림받고 ‘실락원’을 썼다고도 합니다만) 과일 하나 잘 못 먹어서 Adam의 자손들이 개고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 나쁜 과일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약간 다른 측면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선악과를 먹기 전의 아담과 이브는 판단능력이 없었습니다. 약간 심하게 말하면 ‘아무 생각없이 살고’있었습니다. 그저 배부르고 등 따시면 만족했습니다. 이건 동물로서의 행복이지 인간으로서의 행복은 아닙니다. 신이 준 축복받은 환경에서 아무 생각없이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삶입니다.
그렇게 생각없던 이 커플들은 선악과를 먹고 판단능력이 생깁니다. 이 판단능력을 우리들은 ‘지혜’라고 부르며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된 아담과 이브는 이제사 자신들을 책임질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벌로 ‘낙원’에서 추방됩니다. 신이라는 ‘매트릭스’ 속에서 아무러 생각없이, 신이 정해준 삶을 살아가던 인간들이 ‘각성’을 하고 힘들지만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기 시작한 계기가 ‘Adam's Apple'이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에덴 동산의 이야기는 ‘신으로부터 독립한 인간’을 뜻한다고 봅니다.
2. 뉴턴의 사과 (대자연으로부터의 독립)
이렇게 인간은 신으로부터 독립하고 험한 자연 속에서 힘들게 살아갑니다. 에덴동산의 살기좋은 환경과는 달리 대자연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거인의 숨결처럼 몰아치는 매섭게 바람, 외눈박이 괴물이 토해내는 화산, 시시 때때로 세상을 잠기게 만들어 버리는 하늘에서 내리는 여신의 눈물 등...
인간들은, 대자연에 맞선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저 변덕스러운 자연의 신들을 달래기에 급급합니다. 바람이 안 불면 풍우제, 비가 안 오면 기우제를, 해가 안 나오면 양우제(?)를 올려, 자신들은 먹지도 못하던 음식들을 바쳤습니다.
그러던 차, 페스트균이 득실거리는 런던을 피해 고향에 와 있던 20대 초반의 뉴튼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깨달음을 얻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 생각없이 닦아서 먹고 말았을 평범한 과일에서 그는 ‘엽기적으로’ 만유인력을 생각해 냅니다. (물로 이 일화는 후세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과학사를 볼 때 이렇게 위대한 발견은 당사자도 모르게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레카’를 외치는 경우는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뻥을 더해서 각색한 것이죠.)
아무튼 이렇게 두 번째로, 역사에 화려한 모습을 나타내는 뉴턴의 사과는 ‘고전역학’을 상징합니다. 여기서 고전이란 ‘오랜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확실한 법칙을 믿는다’라는 의미입니다. 무질서하고 변덕스럽다고 여겨졌던 자연에 질서와 법칙이 부여된 것입니다. 드디어 인간은 대자연이라는 책을 ‘읽을 수 있게’됩니다. 자연은 더 이상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대자연의 코드를 읽게 된 인간은 드디어 환경을 개발하고 이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뉴턴의 사과는 ‘자연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합니다.
3. 윌리엄 텔의 사과 (인간으로부터의 독립)
인간은 자연을 개발하여 이익을 얻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자연을 개발하여 얻는 이익이 달라집니다. 마르크스 식으로 표현하면 ‘잉여생산물의 축적으로 부의 불균형’이 발생합니다. (이럴 때 우리 인간은, 자신에게 남는 것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지는 않습니다.)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인간 사회는 소주의 지배자와 절대 다수의 피지배자들로 나뉘게 됩니다. 그리고 쪽수가 딸리는 소수 지배계급은 힘과 무력으로 피지배 계급을 억압하게 됩니다. 그들의 폭정은 정도가 심해져 스위스의 어느 마을에서는, 아비로 하여금 아들을 죽이라고 할 정도가 됩니다.
아무리 활을 잘 쏘는 윌리엄 텔이지만 아들 머리에 얹힌 타겟을 겨냥하는 것은 살떨리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되바라진 아들의 격려로 텔은 그 조그마한 과녁을 맞추게 됩니다. 그리고 그 화살을 게슬러로 통칭되는 지배자들에게 쏘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지배층들이 그렇게 두려워하던 민중의 반란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반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인류 역사가 지속되는 한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에서 보듯이, 사람을 쫒아낸 돼지들이 사람 놀이를 하기 시작하거든요.
어쨌든 윌리엄 텔의 사과가 의미하는 것은 ‘사람으로부터의 독립’을 나타냅니다.
잡스형의 apple
그리고 아마, 가장 유명하고 많이 팔렸던 또 하나의 'apple'이 있습니다.
잡스형이 만들었던 ‘apple'입니다. 애플 로고는 ’먹다 만 apple‘입니다. 왜 먹다 말았을까요?
아마도 ‘우리 것을 맛보았으면 다른 것을 먹을 수 없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선악과를 맛 본 인간이 원래의 무지한 인간이 될 수 없듯이, 애플사의 제품을 맛보면 다른 제품은 쓰지 못한다는 자부심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렇게 오만한게 잡스형 다우니까요.
그런데 왜 요즘에는 아이폰보다 안드로이드를 많이 쓸까요?
농장 주인이 바뀌니 과일 맛이 변한 걸까요?
오늘은 아주 길게, 인류의 역사를 바꾼 사과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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