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은 알고 하자!
영어를 전공하고, 영어 가르치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 가고 있습니다. 영어의 프로라고 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제가 영어를 전공하게 된 것은 전혀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너무 설득력있었던 고3 담임이 제 전공을 정해 주었거든요.
대한민국 고3이면 누구나 치르던 원서영역시험이었습니다. 저하고 일절 상의도 없이, 담임은 K대 영어교육과 원서를 써 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지원자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담임이 원서를 써 놓고 도장만 찍으라고 하더군요.
불만에 가득찬 제게 담임선생님은 "반박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하더군요.
첫째, 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무조건 합격해야 한다. 그러므로 하향 지원이다.
둘째, 집이 어려우니 대학가면 과외를 해야 한다. 영어교육과면 과외 줄 선다.
대한민국 고3에게 기성세대의 너무나 현실적인 제안은 그저 우스울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거부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사대라 여학생이 많다."
경제적 미끼에도 꿈쩍않던 열혈 고3은 그 한 마디에 저항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k대 영어교육과에 갔고 졸업했습니다.
영어교육과에서 배운 것은?
감산신고( 甘 酸 辛 苦 ) , 즉 인생이었습니다. 주로 쓴 맛이었지만요.
그리고 어른들 말 무시하면 안 되겠다라는 것도요.
특히, "학점은 평생 따라 다닌다"라는 불변(!)의 진리를요.
다음부터 영어 고군분투기를 올리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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