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Up/여기는 창고2012. 3. 9. 09:56

’had better, must’ 그리고 ‘should’


 
 대학시절 5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맑은 하늘과는 달리 시국은 엄중할 때 였습니다. 대중음악보다는 민중가요가 울려 퍼지고 있을 때였으니까요.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학교 정문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니콘 fm-2를 목에 건 외국인이 정문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순간 기대가 되었습니다. 저 번의 ‘Can you speak Korean? 사건 이후로 영어 speaking 공부를 좀 했거든요. 

 ‘제발 말을 걸어라...’


 외국인은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한국말로요.


‘학생회관이 어디인가요?’


도대체 외국인들이 왜 그리 한국말을 잘 하는 건지 원.

 외국인에게 일부러 영어로 설명해 주었습니다. 길 안내는 영어로 할 정도가 되었거든요. 영어를 할 줄 아는(?) 친절하고 잘 생긴 한국인을 발견하고서 그 외국인 남자는 안도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Come with me.’라고 말하며 그를 안내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안해 친구야!.’
 

 조금 되는 영어를 학대하면서 꽤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괜찮은 분위기였습니다. 

 시위현장은 그날 따라 살벌했습니다. 바람에 날린 먼지에 노란 최루탄 가루가 남아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외국인은 필름을 갈면서 열심히 기계식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제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시위대 한 명이 우리를 가리키더군요. 아마 촬영하는 것이 거슬렸나 봅니다. 그 외국인은 분위기 파악을 못 한 채 계속 촬영 중이었고요. 제게 연신 ‘Thanks’를 날리면서요.

 제가 한 마디 했습니다.
  
 

“You had better not take the picture.”

 

 순간 카메라에서 눈을 뗀 녀석의 표정이 싸하게 굳더군요. 너무나 돌변한 반응에 당황한 저를 노려보던 그 친구가 했던 한 마디가 기억납니다.


 “I’d better go al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