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괜찮겠지.
1947년 영화 "상하이에서 온 여인(The Lady from Shanghai)". 주체할 수 없는 욕망과 배신이 만들어내는 파국을 그린 필름 누아르의 걸작입니다. 오손 웰스가 연출, 제작, 각본, 그리고 주연까지 맡았던 이 영화에는 그 유명한 거울의 미로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는 젊고 충동적인 선원 마이클 오하라(Michael O’Hara)가 아름다운 여인 엘사(Elsa Bannister)를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신비한 분위기를 가진 매혹적인 그녀에게 주체할 수 없이 빠져듭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속에 냉혹한 심장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반한 오하라를 이용해서 남편을 죽이려고 합니다.
부부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나요? 엘사의 남편 아서 배니스터(Arthur Bannister) 또한 오하라를 이용해서 아내를 죽이려고 합니다. 이혼이라는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성이 풀리지 않는 살벌한 부부싸움에 오하라는 더욱 깊숙하게 끌려들어갑니다. 하지만 꿈이란 언젠가는 깨어나게 마련입니다. 철부지 오하라는 결국 자신이 위험한 부부의 치명적인 막장극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차립니다. 사랑도 소중하지만 비할 데 없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유명한 거울의 미로에서 오하라는 차가운 진실에 직면합니다. 그리고 좋은 말로는 끝낼 수 없게 된 세 사람은 비극의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엘사와 남편 아서는 거울 뒤에 있는 상대방에게 총구를 겨눕니다. 막상 거울에 보이는 것은 총을 든 자신입니다. 상대를 죽이는 순간 거울 속 자신도 부서져 죽게 됩니다. 총을 든 손이 잠시 떨리지만 그 뿐입니다. 거울에 반사된 끝없는 거울 속 거울들에서도 총격이 시작됩니다. 한때는 사랑했을 무한히 복제된 거울 속 부부가 쏘아대는 무수한 총탄에 상대방은 쓰러집니다. 도대체 증오가 얼마나 끔찍하게 깊었으면 한 번 죽이는 것으로 모자라 이렇게 연출했을까요?
죽어가는 엘사는 오하라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지 않습니다.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여인을 홀로 남기고, 그는 산산이 깨져서 부서진 거울 방 밖으로 나옵니다. 그는 자신이 겪은 비극이 충동적이고 무분별한 뜨거운 피 때문임을 깨닫습니다. 다시는 바보처럼 굴지 않겠다며 그가 탄식하듯 내뱉는 대사입니다.
Behind Story
리타 헤이워스와 오손 웰스
엘사 역을 맡은 리타 헤이워스는 당시 오손 웰스의 실제 아내였습니다. 금발이었던 그녀는 관능적이고 야성적인 이미지로 당대를 매혹시켰던 최고의 섹스 심벌이었습니다. 웰스는 그녀의 이러한 이미지를 깨 부수려고 했습니다.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었던 치렁치렁한 금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붉은색으로 염색하게 했습니다. 그녀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웰스가 의도적으로 헤이워스의 스타 이미지를 망치려 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영화는 흥행에 참패했고, 영화 촬영내내 갈등을 빚었던 두 사람은 개봉이후 이혼에 이르게 됩니다.
상하이(Shanghai)
영화제목과는 달리 배경은 상하이가 아닙니다. 영화는 미국과 멕시코 해안 일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하이”라는 말은 등장인물과 느와르는 영화의 분위기를 암시합니다. 20세기 초 중국은 서구 열강의 이권 놀이터로 전락한 비참한 상태였습니다. 특히 대도시 상하이는 배신과 음모가 살아 숨쉬던 범죄 도시였습니다. 오손 웰스는 여주인공 엘사에게 느와르 풍의 신비한 분위기를 입히기 위해 상하이라는 이름을 이용했습니다.
거울의 미로 장면
연극적인 장면 연출에 뛰어났던 웰즈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단 3분가량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무려 한 달이 걸렸다고 합니다. 거울과 반사 효과를 이용한 복잡한 세트 디자인은 당시로서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웰스는 관객들에게 이러한 연출을 통해서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혼란을 전달하려 했습니다.
저주받은 걸작
영화는 개봉 당시 흥행에서 실패했고, 평론가들로부터도 엇갈린 평가를 받았습니다. 스튜디오는 웰스의 원본을 대폭 가위질해서 약 1시간이나 줄였습니다. 특히 거울의 방 장면이 너무 복잡하다고 판단해서 많은 장면을 잘라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는 재평가되었고, 현재는 웰스의 가장 독창적인 작품 중 하나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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