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반항
경찰 싸이렌 소리가 불안하게 밤하늘에 울리는 저녁. 청바지에 빨간 재킷을 걸친 짐 스타크(Jim Stark)는 경찰에 쫓기고 있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집을 나서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부모가 단호한 얼굴로 아들의 앞을 막아 섭니다. 평소에는 도덕과 올바름의 대명사처럼 행동하던 부모였지만, 이날만큼은 달랐습니다. 놀랍게도 "굳이 자원해서 경찰을 찾아갈 필요는 없다. 약간의 거짓말 쯤이야 괜찮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장래를 생각하라"는 어른스러운 조언을 덧붙입니다.
하지만 짐은 만류하는 부모님의 손길을 뿌리치고 뛰쳐 나갑니다.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시기였고, 무엇보다 위험에 빠진 친구를 내버려 둘 수 없었습니다. 부모의 위선에 질린 빨간 재킷은 문을 박차고 나가며 이렇게 외칩니다.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짐은 친구를 구하기 위해 나섰지만, 그의 노력은 좌절되고 맙니다. 친구 플라토(Plato)는 결국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두게 됩니다. 경찰로 대표되는 어른들 앞에서 총기를 소지한 비행청소년은 사살되는 것이 법입니다. 설령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른들이 깔아 놓은 “안전한”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치거나, 심하면 죽음을 당할 수도 됩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짐의 외침은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지고 맙니다.
Behind Story
"Rebel Without a Cause"는 1955년 개봉 당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방황하던 그 시대 청춘들은 자신들 이야기 같은 영화에 열광했습니다. 특히 영화의 주연 배우 제임스 딘(James Dean)은 이 작품으로 단숨에 전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예민한 어린 왕자
먼저, 짐 스타크 역을 맡은 제임스 딘은 “어린 왕자”를 항상 소지하고 다닐 정도로 감성적인 청춘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주관이 강하고 예민했던 탓에 끊임없이 감독에게 따지고 덤벼들었습니다. 니콜라스 레이(Nicholas Ray) 감독은 이를 피하거나 달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딘을 도발했습니다. 스크린에서 보였던 제임스 딘의 주체 못할 정도로 불안한 모습은 연기가 아닌 실제 상황이었습니다.
빨간 잠바
또한, 제임스 딘이 입었던 빨간 재킷은 주인공의 강렬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이었습니다. 빨간색은 필름 촬영에 있어 가능하면 피하는 색입니다. 관객들의 시선을 독점할 뿐만 아니라, 피부나 다른 색과 섞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독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주인공에게 빨간색 재킷을 입혔습니다. 영화 개봉 후 이 빨간 재킷은 당시 청춘들의 열망과 불안을 대변하는 상징이 되어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영원한 전설
불행히도 제임스 딘은 이 영화의 개봉을 보지 못했습니다. 포르쉐를 몰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중 차량과 충돌해 생명을 잃었습니다. 당시 24세였던 그의 뜻밖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드렸습니다. 그렇게 비명에 간 제임스 딘은 청춘의 전설로서 영원히 살아 남았습니다.
참고로,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짐과 같은 반항을 꿈꾸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들에게는 밤새워 해야 할 학원 숙제가 있고, 끈임 없는 시험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아, 산더미 같은 수행도 빼놓을 수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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