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영화 킹콩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킹콩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감정 때문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합니다.
킹콩은 -동물 주제에- 여주인공 앤(Ann Darrow)을 사랑했습니다. 사랑 때문에 킹콩은 뉴욕에 끌려왔고, 결국 비극이 시작 되었습니다. 킹콩은 스컬(skull) 아일랜드의 왕이었습니다. 그곳의 원주민들은 킹콩을 신처럼 숭배했습니다. 그를 위해 아름다운 여성을 제물로 바치기도 했습니다. 식인도 하지 않은 킹콩에게 인신공양이 무슨 소용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탐욕스런 백인들은 킹콩을 포획해 뉴욕으로 끌고 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세계 8번째 불가사의"로 전시된 킹콩은 동물원 고릴라 취급을 받았습니다. 쇠사슬에 묶인 채 바나나 세례를 받던 킹콩은 분노합니다. 결국 야수는 쇠사슬을 부수고 탈출합니다. 킹콩은 빌딩숲을 헤치고 패닉에 빠진 군중들을 뛰어 넘어 앤을 찾아 헤맵니다. 그녀를 만난 킹콩은, 그녀를 품에 안고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올라갑니다. 아마도 고향 숲에서 올라가 놀던 거대한 나무가 생각났나 봅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순정 괴수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비행기들이 출동해 킹콩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킹콩은 비행기들을 맨손으로 잡아 장난감처럼 패대기치며 마지막까지 저항합니다. 하지만 그의 힘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킹콩은 총탄에 맞아 까마득한 높이에서 떨어져 죽고 맙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품 안에 있는 앤을 보호하려고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킹콩을 뉴욕으로 잡아왔던 칼 덴햄은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정리합니다. "비행기가 그를 죽인 게 아니야. 바로 그놈의 사랑 때문이야." 킹콩은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은 존재였습니다. 바로 그 점이 괴수 킹콩을 단순한 파괴자가 아닌 비극적이고 낭만적인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도 킹콩이 스크린 위에서 부활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킹콩의 후예들은 다릅니다. 그들에게는 원조의 뜨거운 가슴이 없습니다. 닥치는 대로 건물을 부수고, 고질라와 싸우기만 합니다. 사랑도, 낭만도 부족합니다. 사이즈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지만 내면이 텅 비었으니 매력이 없습니다.
영화 제작 당시 킹콩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스톱모션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이 기술은 혁신적이었고, 킹콩의 표정과 움직임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특히 앤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신기한 듯 살피는 장면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작은 흑백 TV였지만 킹콩의 거대함이 화면을 뚫고 나올 정도로 무시무시했습니다.
또 하나, 킹콩이 올라갔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역시 미니어처 였습니다. 제작진은 실제 빌딩 미니어처를 제작했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촬영 중 작업자들이 모형 빌딩에서 추락해 죽을 뻔했다고 합니다.
이런 제작진의 열정도 킹콩의 흥행에 한 몫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원조 킹콩, 그는 단순한 괴수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성을 가진, 사랑을 위해 죽었던 비극적인 영웅이었습니다. 인간도 아닌 주제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