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꽃다운 나이인 견습 수녀 마리아(Maria)는 심란합니다. 높은 산 위에서 팔을 벌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노래를 부르다가 예배 시간에 지각을 합니다. 원장 수녀는 절제와 복종을 요구하는 수도원의 모든 규칙을 어기는 마리아를 임시로 수도원에서 내보냅니다. 마리아는 울며 겨자 먹기로 애가 일곱이나 딸린 트랩 대령의 집에 가정 교사로 파견을 나갑니다.

 

트랩 대령의 집은 수도원보다 더 엄격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아내를 잃은 뒤로 따뜻한 심장이 얼어버린 대령은 아이들에게 군대식 규율을 강요합니다. 아이들은아버지가 있는 곳에서만 예의 바르게 행동합니다. 마리아의 침대에 끈적끈적하고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파충류를 집어 넣습니다. 혹시라도 이불이 푹신할까 봐 까끌까끌한 솔방울들을 함께 넣어 둡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침대 속 파충류 친구들에게 여기서 뭐하고 있니(Hello, There)”라고 활짝 웃으며 인사합니다. 아이들은 즉각 무장 해제가 되어 뱀과 개구리 마냥 마리아를 졸졸 따르기 시작합니다.

 

차가운 대리석 같던 대령의 저택에 “Do-Re-Mi” 가 울려 퍼집니다. 마리아의 방식에 불만이 많던 대령의 얼어붙은 마음도 서서히 녹아 내립니다. 아이들과, 그리고 대령과 관계가 깊어질수록, 마리아는 낯선 감정에 휩싸여 혼란에 빠집니다. 신의 신부가 되어야 할 자신이 불경하게도 아이들과 남자에게 마음을 준 것입니다. 대령의 약혼자이자 연적으로 등장하는 남작 부인이 철부지 견습 수녀에게 인생의 지혜를 알려 줍니다.

 

    "남자는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를 몰라보는 법이 없어요."

 

남작부인은 이 말을 남기고 우아한 미소와 함께 대령의 집을 떠납니다. 그녀는 뻔하고 흔한 "질투하는 여성의 클리세가 아닙니다. 영화사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고상하고 품위있게 사랑을 양보한 캐릭터입니다. (남의 자식을, 그것도 곡마단처럼 활발한 일곱명의 어린애들을 키우는 것도 골치가 아팠을 것입니다) 그 다음 이야기는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신 대신 자신을 위해 살기로 결심합니다.

 

There's nothing more irresistible to a man than a woman who's in love with him.

-- Baroness Elsa Schraeder, The Sound of Music (1965)

남자에게 가장 저항할 수 없는 것은 그를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이랍니다.

-- 엘사 슈뢰더 남작 부인, 사운드 오브 뮤직 (1965)

 

Behind Story

실제 이야기

동화 같지만 "The Sound of Music"*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마리아 폰 트랩(Maria von Trapp)”이라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1938년 나치의 오스트리아 점령을 피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대공황으로 재산을 잃는 바람에 가족 중창단으로 활동하며 공연을 했습니다.

 

주연 배우

지금이야 앳되고 해맑은 마리아 역에 줄리 앤드루스(Julie Andrews)”말고 다른 사람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감독인 로버트 와이즈 (Robert Wise)” 앤드루스 캐스팅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평소에 그녀가 너무 밝고 명랑한 영화에만 출연한 까닭도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 31세였던 앤드루스가 그보다 열살이나 어리게 설정된 앳된 캐릭터에 맞을 지도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줄리 앤드루스는 자연스러운 연기와 노래로 영화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비록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받지 못했지만 영화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를 창조했습니다.

 

촬영 장소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Salzburg)”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영화에 나왔던 장소들은 지금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 튜어운영될 정도로 관광 명소이기도 합니다.

 

 

 
기억에 남는 영화대사 100
이 책은 우리에게 지혜와 영감을 주는 영화 속 명언 100개를 선택하여 우리말로 옮겨 놓았습니다. 각 영화 명언은 해당 영화 제목과 대사를 말했던 캐릭터를 밝혀 놓았습니다. 우리말은 가능한 영어 뉘앙스를 잘 표현하도록 해석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에 최적화 시켰습니다. 전철이나 버스 안, 혹은 벤치에 앉아서 잠깐씩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영화 속 명언들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
송성태, 서정석
출판
남과 다른 나
출판일
2024.08.26

 

 

 

공포 영화 포스터가 아닙니다!

 

the Miracle Worker, 1962

 

뛰어난 제자에게는 반드시 훌륭한 스승이 있습니다. 제다이 루크에게 마스터 요다가 있었듯이, 헬렌 켈러(Helen Keller)에게는 애니 설리번(Annie Sullivan)이 있었습니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헬렌 켈러를 돌보고 가르쳐 글자를 깨닫게 한 애니 설리번. 헬렌 켈러의 친구였던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더할나위 없이 적절하게 묘사했던 것처럼 애니 설리번이야 말로 미라클 워커(Miracle Worker)”였습니다.

 

헬렌 켈러는 유아기에 병을 앓고 난 후 시각과 청각을 잃어버렸습니다. 보고 듣지를 못하니 말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된 것입니다. 그녀의 상태는 그야말로 암흑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단절된 세상 속에서 후천적 배움이 없었기에, 그녀는 난폭한 어린 동물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음식이 앞에 놓이면 개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손으로 움켜쥐고 먹었습니다. 화가 나면 마구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사람을 때리기 일쑤였습니다. 

 

거즘 희마을 포기한 부모는 마지막으로 애니 설리번을 초청해서 딸을 맡깁니다. 그녀는 장애인 교육에 대한 열정과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자신 역시 맹인이나 다름없었기에 애니 설리번은 다른 장애인들의 좌절감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애니는 우선 헬렌이 정해진 자리에 앉아 수저로 식사하는 습관부터 길러주려고 했습니다. 헬렌은 처음에는 강하게 저항했고, 몸부림을 쳐서 식탁을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애니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식사 한끼를 놓고도 몇 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이기 수백 번, 난폭한 어린 동물 같던 헬렌은 의자에 앉아 수저를 들고 식사를 합니다. 가족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눈앞의 "작은 기적"에 놀랐습니다. 

 

그러나 애니 설리번은 헬렌의 행동거지가 개선된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의사는 물론 헬렌의 부모도 불가능하다고 포기했던 일을 시작합니다. 헬렌에게 언어를 가르치려 한 것입니다.

 

"헬렌에게 언어를 가르쳐야 합니다. 단순히 행동을 바꾸는 것은 짐승을 길들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 말을 시작으로, 애니 설리번과 헬렌 켈러는 진정한 기적을 향한 잊지 못할 여정을 시작합니다.  

 

애니는 헬렌에게 "손가락 철자 (Finger Spelling)"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헬렌의 손바닥에 "D-O-L-L"이라는 철자를 하나하나 새겨 넣으며 인형을 쥐어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헬렌은 이 과정에서도 격렬하게 반발했습니다. 손을 붙잡히는 것을 강제로 구속당하는 것처럼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애니의 손을 뿌리치고, 발버둥치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애니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매일 매일, 한 단어씩, 반복적으로 헬렌에게 언어를 깨우쳐 주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헬렌이 "W-A-T-E-R"라는 단어를 이해하는 순간입니다. 애니는 헬렌을 데리고 수도가로 데리고 가서, 그녀의 손에 물을 흐르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손에 "W-A-T-E-R"라는 철자를 반복해서 새겼습니다. 그 순간, 헬렌의 얼굴에 전광석화처럼 깨달음이 스칩니다. 물이 단순한 촉감을 가진 것만이 아니라 "이름을 가진 것을 처음으로 인지한 것입니다. 헬렌은 애니의 손을 잡고 반복해서 "W-A-T-E-R"를 새기며 흥분에 겨워 합니다.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과 조연상을 동시에 수상할만한 감동적인 연기였습니다.

 

Obedience without understanding is a blindness.

-- Annie Sullivan, The Miracle Worker (1962)

이해하지 않고 따르는 것은 눈먼 것과 같아.

-- 애니 설리반, 미라클 워커 (1962)

 

Behind Story

 

1. 원작

   “The Miracle Worker”는 원래 1957년 브로드웨이 연극으로 제작되었으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1962년 영화로 만들어 졌을 때, 연극에서 애니 설리번 역을 맡은 앤 밴크로프트(Anne Bancroft)와 헬렌 켈러 역을 맡은 패티 듀크(Patty Duke) 그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 둘은 뛰어난 연기로 각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2. 격렬했던 촬영 현장

  식사 장면에서 헬렌과 애니의 싸우는 것은 단순한 연기가 아니었습니다. 감독인 아서 펜(Arthur Penn)은 두 사람의 절실한 에너지가 생생하게 화면에 전달되길 원했습니다. 감독은 두 배우가 실제로 7분 동안이나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것을 한번에 촬영했습니다. 촬영이 끝난 후, 배우들은 온 몸에 타박상을 입고 멍이 들었으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히 탈진했다고 합니다. 리얼리티를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한 감독과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노력이었습니다.

 

3. 헬렌 켈러와 애니 설리번의 우정 

헬렌 켈러와 애니 설리번. 이 두 사람의 보기 드문 관계는 애니 설리번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애니 설리번은 헬렌의 평생의 조력자이자 친구로 남았으며, 헬렌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그녀에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영화대사 100
이 책은 우리에게 지혜와 영감을 주는 영화 속 명언 100개를 선택하여 우리말로 옮겨 놓았습니다. 각 영화 명언은 해당 영화 제목과 대사를 말했던 캐릭터를 밝혀 놓았습니다. 우리말은 가능한 영어 뉘앙스를 잘 표현하도록 해석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에 최적화 시켰습니다. 전철이나 버스 안, 혹은 벤치에 앉아서 잠깐씩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영화 속 명언들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
송성태, 서정석
출판
남과 다른 나
출판일
2024.08.26

 

"Ben-Hur" 

 

서기 26, 로마 황제가 유대 지역의 예루살렘을 방문하려고 합니다. 로마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지상 최강의 제국으로 군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인간 세상 최고 권력자가 굳이 3,000km나 떨어진 황량한 촌구석에 행차하려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지상 최고 권력자인 로마 황제는 심기가 아주 불편했습니다. 돼지 고기도 먹지 않는 미개한 유대인들이 위대한 로마 제국에 반항하기 때문입니다. 메시아로 떠 받드는 목수 출신 예언자 나부랭이가 로마를 멸망시키고 자신들을 해방시킬 것이라는 환상 속에서 말입니다.

 

당시 예루살렘 로마 주둔군 사령관은 메살라(Messala)였습니다. 촌구석에 쳐박혀 로마로 돌아갈 기회만 엿보던 야심에 가득 찬 젊은 장군에게 행운이 찾아 왔습니다. 메살라는 늙은 염소만큼이나 고집센 유대인들에게 본때를 보여서 황제에게 눈도장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는 사람은 좋지만 모질지 못한 전임 총독에게 유대인들에게 본때를 보여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바람에 날리는 지긋지긋한 석회 가루 때문에 콜록거리던 총독은 메살라에게 하소연합니다. 몸이야 가두고 고문할 수도 있지만 머릿속에 있는 사상과는 싸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둥에 묶여 불에 타 죽어가면서도 찬송가를 부르는 예수교도들의 광기에 질린 것입니다. 총독은 한술 더 떠서 예수라는 목수가 가져올 "하늘의 왕국"을 믿고 있는 눈치입니다.

 

메살라는 나약한 총독을 비웃으며 사상에는 사상으로 싸워야 한다고 대꾸합니다. 신의 아들이 다스리는 하늘의 왕국에 로마 황제가 지배하는 지상의 왕국으로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메살라는 황제의 지엄한 권위를 보이기 위해 유대인 몇 백명쯤은 화형대에 세울 작정입니다. 그는 이후에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 벤허(Ben Hur)를 배신합니다.  그리고 유대인들을 탄압하며 지상의 왕의 힘을 과시하다가 불행한 최후를 맞습니다.

 

메살라의 말입니다.

 

You ask how to fight an idea. I'll tell you how. With another idea.

-- Messala, Ben-Hur (1958)

아이디어와 어떻게 싸울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내가 알려 드리지요. 또 다른 아이디어로 싸우는 겁니다.

-- 메살라, 벤허 (1958)

 

 

Behind Story

 

Ben-Hur 1959년 개봉된 윌리엄 와일러(William Wyler) 감독의 영화로, 헐리우드 역사상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 중 하나였습니다. “로마의 휴일같은 동화 같은 영화를 찍던 감독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대작 서사 영화입니다.

 

1. 전설적인 "전차 경주"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전차 경주는 지금보면 더욱 충격적입니다. 거대한 세트에서 배우들이 직접 전차를 몰고 달립니다. CG하나 없이 말그대로 목숨 걸고 촬영했습니다. 당시의 기술적 한계와 물리적 위험을 극복한 놀라운 촬영이었습니다. 실제 촬영은 이탈리아 스튜디오에 특별히 만든 거대한 세트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세트는 당시 영화사에서 가장 큰 규모로, 수천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었습니다.

 

말과 전차를 조종하는 장면은 배우들과 스턴트 팀이 직접 연기했습니다. 주연배우 찰턴 헤스턴(Charlton Heston)은 전차 조종 기술을 직접 배워 촬영에 참여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한 스턴트맨이 전차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장면 일부는 그대로 영화에 포함되었습니다. 전차가 부서지고 기수가 땅에 나뒹구는 장면입니다. 전차를 몰고 질주하던 주연 배우 찰턴 헤스턴이 놀라서 어깨 너머로 돌아 보는 모습이 그대로 화면에 잡힙니다.

CG 덩어리인 요즘 영화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아찔한 박진감에 그야말로 손에 땀이 차고 온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2. MGM의 도박

Ben-Hur의 제작비는 당시 기준으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영화 제작비는 약 1500만 달러(오늘날 기준으로 수억 달러에 해당)였습니다. TV가 미국 가정에 보급되면서 영화 제작사들은 위기에 처합니다. 편당 제작비가 높았던 뮤지컬 등 대작 영화에 의존하던 MGM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더욱 사정이 나빴습니다. 영화사를 파산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거액을 투자한 도박이었습니다.

 

다행히 영화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195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이 기록은 이후 타이타닉 (Titanic, 1997)”반지의 제왕 3부작 (Lord of the Ring)” 전까지 깨지지 않았습니다.

(MGM2022년 아마존에 인수되었습니다.)

 

3. 예수의 얼굴

영화에서 예수는 내용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로마가 예루살렘을 눈에 가시처럼 생각하는 것이 메시아로 출현했다는 예수의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로마 제국에 의해 노예로 팔려가던 벤허는 뜨거운 모래 사막에서 탈진해 쓰러집니다. 로마 군인들이 벤허에게 채찍질을 하는 와중에 누군가 그에게 물 바가지를 건넵니다. 물을 건네던 낯선 이에게 채찍을 들어 올리던 로마 군인이 주춤거리며 손을 내리고 뒤로 물러 섭니다. 허겁지겁 물을 마시고 난 벤허가 성스러운 빛으로 둘러싸인 사람을 올려다 봅니다. (관객들은 예수의 뒷 모습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의 얼굴은 한 번도 화면에 비치지 않습니다. 이는 예수를 초월적인 존재로 묘사하려는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의도였습니다. 감독은 성스러운 존재의 모습을 관객의 상상에 맡기려 했습니다. 예수의 손과 실루엣만을 통해 그의 존재감을 극대화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영화대사 100
이 책은 우리에게 지혜와 영감을 주는 영화 속 명언 100개를 선택하여 우리말로 옮겨 놓았습니다. 각 영화 명언은 해당 영화 제목과 대사를 말했던 캐릭터를 밝혀 놓았습니다. 우리말은 가능한 영어 뉘앙스를 잘 표현하도록 해석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에 최적화 시켰습니다. 전철이나 버스 안, 혹은 벤치에 앉아서 잠깐씩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영화 속 명언들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
송성태, 서정석
출판
남과 다른 나
출판일
2024.08.26

 

현기증 (Vertigo), 1958

Alfred Hitchcock

 

경찰이었던 주인공 스코티(Scottie Ferguson)는 추락 사고로 동료를 잃었습니다. 그 사건으로 그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됩니다.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더불어 그는 심각한 고소공포증과 현기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가 느끼는 현기증은 아스피린을 한알 삼키면 사라지는, 단순히 머리가 어지러운 수준이 아닙니다. 단단해 보이는 아스팔트가 마치 파도처럼 출렁이고, 환각으로 세상이 울퉁불퉁 뒤틀리는 듯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총을 쏘거나, 누군가를 쫓아야 하는 경찰일은 불가능합니다.

 

스코티는 은퇴 후 사립탐정으로 일하며 조용히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가 맡는 일들은 탐정이라기보다는 심부름 센터에 가까운 것들입니다. 이웃집 고양이를 찾아주거나 길을 잃은 할머니를 도와주는 일처럼 자잘한 일들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옛 대학 친구로부터 뜻밖의 의뢰를 받습니다. 자신의 부인인 매들린(Madeleine)을 감시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심각한 신경증을 앓고 있는 그녀가 위험한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스코티는 매들린을 감시하면서 점점 그녀에게 끌리게 됩니다.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감정이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매들린은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미인이었습니다. 그녀와 함께 거리를 걸을 때마다 모든 사람이 그녀를 바라봅니다. 남자들은 그녀의 매력에 반해서, 여자들은 그녀의 미모를 질투해서 입니다.

 

어느 날, 용기를 낸 스코티는 매들린에게 산책을 제안합니다. 무뚝뚝하지만 배려심 많은 스코티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던 매들린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며 이렇게 말합니다.

 

    "혼자서는 헤매는 것이지만, 둘이 함께라면 어디론가 가고 있는 거죠."

 

멋진 작업 멘트입니다. 그러나 흔들리는 두 남녀는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상처입고 불안한 남자와 정체와 과거를 감춘 여자 앞에는 파멸이 흉측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습니다.

 

 

Only one is a wanderer; two together are always going somewhere.

-- Madeleine Elster, Vertigo (1958)

혼자서는 헤매는 것이지만, 둘이 함께라면 어디론가 가고 있는 거죠.

-- 매들린 엘스터, 현기증 (1958)

 

Behind Story

 

1. 돌리 줌(Dolly Zoom) 기법

스릴러라는 장르를 개척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은 현기증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주인공의 머릿속 신경 다발이 꼬여서 발생하는 현기증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와 제작진은 돌리 줌(Dolly Zoom) 기법을 개발해서 고소공포증 장면에 사용했습니다. 이 기법은 카메라를 뒤로 이동시키면서 동시에 줌 인(Zoom-in)을 하는 방식입니다. 주인공이 높은 종탑에서 건물 바닥을 내려다 볼 때 돌리 줌이 사용됩니다. 갑자기 바닥이 울렁거리며 위로 솟구치는 느낌이 듭니다. 마치 주인공이 종탑에서 추락해서 머리부터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CG가 없던 시절의 영화인들은 그래픽 대신 머리를 써야 했습니다.

 

2. 매들린의 의상과 스타일

히치콕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들은 전형적인 백인 미녀들이 많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 정도로 예측 가능합니다. 히치콕은 여배우들의 외형을 철저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연출했습니다. 미술학도 출신이라서 디자인에도 일가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히치콕은 킴 노박(Kim Novak) 역시 매들린 역에 맞추도록 주문했습니다. 킴 노박은 의상과 헤어스타일은 물론 걸음걸이까지 철저히 감독의 지시에 따라야 했습니다. 극중에서 매들린이 자주 입고 나오는 회색 슈트는 캐릭터의 차갑고 신비로운 면모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킴 노박은 현기증에서 출현한 이미지대로 영화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3. 흥행 실패에서 걸작으로

1958년 개봉 당시 Vertigo는 흥행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트뤼포(François Truffaut)등 젊은 프랑스 감독들이 히치콕과 그의 작품들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열정적인 노력 덕분에 히치콕은 영화의 신반열에 올랐고 그의 작품들 역시 다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그렇고 그런 영화였던 현기증역시 지금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영국 영화협회(BFI)의 설문조사에서 오슨 웰스의 Citizen Kane을 제치고 "역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영화대사 100
이 책은 우리에게 지혜와 영감을 주는 영화 속 명언 100개를 선택하여 우리말로 옮겨 놓았습니다. 각 영화 명언은 해당 영화 제목과 대사를 말했던 캐릭터를 밝혀 놓았습니다. 우리말은 가능한 영어 뉘앙스를 잘 표현하도록 해석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에 최적화 시켰습니다. 전철이나 버스 안, 혹은 벤치에 앉아서 잠깐씩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영화 속 명언들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
송성태, 서정석
출판
남과 다른 나
출판일
2024.08.26

 

이유 있는 반항

 

 

경찰 싸이렌 소리가 불안하게 밤하늘에 울리는 저녁. 청바지에 빨간 재킷을 걸친 짐 스타크(Jim Stark)는 경찰에 쫓기고 있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집을 나서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부모가 단호한 얼굴로 아들의 앞을 막아 섭니다. 평소에는 도덕과 올바름의 대명사처럼 행동하던 부모였지만, 이날만큼은 달랐습니다. 놀랍게도 "굳이 자원해서 경찰을 찾아갈 필요는 없다. 약간의 거짓말 쯤이야 괜찮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장래를 생각하라"는 어른스러운 조언을 덧붙입니다.

 

하지만 짐은 만류하는 부모님의 손길을 뿌리치고 뛰쳐 나갑니다.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시기였고, 무엇보다 위험에 빠진 친구를 내버려 둘 수 없었습니다. 부모의 위선에 질린 빨간 재킷은 문을 박차고 나가며 이렇게 외칩니다.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짐은 친구를 구하기 위해 나섰지만, 그의 노력은 좌절되고 맙니다. 친구 플라토(Plato)는 결국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두게 됩니다. 경찰로 대표되는 어른들 앞에서 총기를 소지한 비행청소년은 사살되는 것이 법입니다. 설령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른들이 깔아 놓은 안전한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치거나, 심하면 죽음을 당할 수도 됩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짐의 외침은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지고 맙니다.

 

Just once I want to do something right.

-- Jim Stark, Rebel Without a Cause (1955)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뭔가를 해보고 싶어요.

-- 짐 스타크, 이유 없는 반항 (1955)

출처: 기억에 남는 영화대사 100

 

 

 

Behind Story

 

"Rebel Without a Cause" 1955년 개봉 당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방황하던 그 시대 청춘들은 자신들 이야기 같은 영화에 열광했습니다. 특히 영화의 주연 배우 제임스 딘(James Dean)은 이 작품으로 단숨에 전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예민한 어린 왕자

먼저, 짐 스타크 역을 맡은 제임스 딘은 어린 왕자를 항상 소지하고 다닐 정도로 감성적인 청춘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주관이 강하고 예민했던 탓에 끊임없이 감독에게 따지고 덤벼들었습니다. 니콜라스 레이(Nicholas Ray) 감독은 이를 피하거나 달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딘을 도발했습니다. 스크린에서 보였던 제임스 딘의 주체 못할 정도로 불안한 모습은 연기가 아닌 실제 상황이었습니다.

 

빨간 잠바

또한, 제임스 딘이 입었던 빨간 재킷은 주인공의 강렬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이었습니다. 빨간색은 필름 촬영에 있어 가능하면 피하는 색입니다. 관객들의 시선을 독점할 뿐만 아니라, 피부나 다른 색과 섞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독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주인공에게 빨간색 재킷을 입혔습니다. 영화 개봉 후 이 빨간 재킷은 당시 청춘들의 열망과 불안을 대변하는 상징이 되어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영원한 전설

불행히도 제임스 딘은 이 영화의 개봉을 보지 못했습니다. 포르쉐를 몰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중 차량과 충돌해 생명을 잃었습니다. 당시 24세였던 그의 뜻밖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드렸습니다. 그렇게 비명에 간 제임스 딘은 청춘의 전설로서 영원히 살아 남았습니다.

 

참고로,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짐과 같은 반항을 꿈꾸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들에게는 밤새워 해야 할 학원 숙제가 있고, 끈임 없는 시험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 산더미 같은 수행도 빼놓을 수 없겠군요.

 

 

 
기억에 남는 영화대사 100
이 책은 우리에게 지혜와 영감을 주는 영화 속 명언 100개를 선택하여 우리말로 옮겨 놓았습니다. 각 영화 명언은 해당 영화 제목과 대사를 말했던 캐릭터를 밝혀 놓았습니다. 우리말은 가능한 영어 뉘앙스를 잘 표현하도록 해석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에 최적화 시켰습니다. 전철이나 버스 안, 혹은 벤치에 앉아서 잠깐씩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영화 속 명언들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
송성태, 서정석
출판
남과 다른 나
출판일
2024.08.26

 

늙으면 괜찮겠지.

 

1947년 영화 "상하이에서 온 여인(The Lady from Shanghai)". 주체할 수 없는 욕망과 배신이 만들어내는 파국을 그린 필름 누아르의 걸작입니다. 오손 웰스가 연출, 제작, 각본, 그리고 주연까지 맡았던 이 영화에는 그 유명한 거울의 미로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는 젊고 충동적인 선원 마이클 오하라(Michael O’Hara)가 아름다운 여인 엘사(Elsa Bannister)를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신비한 분위기를 가진 매혹적인 그녀에게 주체할 수 없이 빠져듭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속에 냉혹한 심장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반한 오하라를 이용해서 남편을 죽이려고 합니다.

 

부부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나요? 엘사의 남편 아서 배니스터(Arthur Bannister) 또한 오하라를 이용해서 아내를 죽이려고 합니다. 이혼이라는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성이 풀리지 않는 살벌한 부부싸움에 오하라는 더욱 깊숙하게 끌려들어갑니다. 하지만 꿈이란 언젠가는 깨어나게 마련입니다. 철부지 오하라는 결국 자신이 위험한 부부의 치명적인 막장극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차립니다. 사랑도 소중하지만 비할 데 없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유명한 거울의 미로에서 오하라는 차가운 진실에 직면합니다. 그리고 좋은 말로는 끝낼 수 없게 된 세 사람은 비극의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엘사와 남편 아서는 거울 뒤에 있는 상대방에게 총구를 겨눕니다. 막상 거울에 보이는 것은 총을 든 자신입니다. 상대를 죽이는 순간 거울 속 자신도 부서져 죽게 됩니다. 총을 든 손이 잠시 떨리지만 그 뿐입니다. 거울에 반사된 끝없는 거울 속 거울들에서도 총격이 시작됩니다. 한때는 사랑했을 무한히 복제된 거울 속 부부가 쏘아대는 무수한 총탄에 상대방은 쓰러집니다. 도대체 증오가 얼마나 끔찍하게 깊었으면 한 번 죽이는 것으로 모자라 이렇게 연출했을까요?

 

죽어가는 엘사는 오하라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지 않습니다.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여인을 홀로 남기고, 그는 산산이 깨져서 부서진 거울 방 밖으로 나옵니다. 그는 자신이 겪은 비극이 충동적이고 무분별한 뜨거운 피 때문임을 깨닫습니다. 다시는 바보처럼 굴지 않겠다며 그가 탄식하듯 내뱉는 대사입니다.

 

The only way to stay out of trouble is to grow old, so I guess I'll concentrate on that.

-- Michael O'Hara, The Lady from Shanghai (1947)

문제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늙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그것에 집중할 생각이야.

-- 마이클 오하라, 상하이에서 온 여인 (1947)

출처:  기억에 남는 영화대사 100

 

 

Behind Story

 

 

리타 헤이워스와 오손 웰스

엘사 역을 맡은 리타 헤이워스는 당시 오손 웰스의 실제 아내였습니다. 금발이었던 그녀는 관능적이고 야성적인 이미지로 당대를 매혹시켰던 최고의 섹스 심벌이었습니다. 웰스는 그녀의 이러한 이미지를 깨 부수려고 했습니다.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었던 치렁치렁한 금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붉은색으로 염색하게 했습니다. 그녀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웰스가 의도적으로 헤이워스의 스타 이미지를 망치려 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영화는 흥행에 참패했고, 영화 촬영내내 갈등을 빚었던 두 사람은 개봉이후 이혼에 이르게 됩니다.

 

상하이(Shanghai)

영화제목과는 달리 배경은 상하이가 아닙니다. 영화는 미국과 멕시코 해안 일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하이라는 말은 등장인물과 느와르는 영화의 분위기를 암시합니다. 20세기 초 중국은 서구 열강의 이권 놀이터로 전락한 비참한 상태였습니다. 특히 대도시 상하이는 배신과 음모가 살아 숨쉬던 범죄 도시였습니다. 오손 웰스는 여주인공 엘사에게 느와르 풍의 신비한 분위기를 입히기 위해 상하이라는 이름을 이용했습니다.

 

거울의 미로 장면

연극적인 장면 연출에 뛰어났던 웰즈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3분가량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무려 한 달이 걸렸다고 합니다. 거울과 반사 효과를 이용한 복잡한 세트 디자인은 당시로서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웰스는 관객들에게 이러한 연출을 통해서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혼란을 전달하려 했습니다.

 

저주받은 걸작

영화는 개봉 당시 흥행에서 실패했고, 평론가들로부터도 엇갈린 평가를 받았습니다. 스튜디오는 웰스의 원본을 대폭 가위질해서 약 1시간이나 줄였습니다.  특히 거울의 방 장면이 너무 복잡하다고 판단해서 많은 장면을 잘라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는 재평가되었고, 현재는 웰스의 가장 독창적인 작품 중 하나로 꼽힙니다.

 

 

 
기억에 남는 영화대사 100
이 책은 우리에게 지혜와 영감을 주는 영화 속 명언 100개를 선택하여 우리말로 옮겨 놓았습니다. 각 영화 명언은 해당 영화 제목과 대사를 말했던 캐릭터를 밝혀 놓았습니다. 우리말은 가능한 영어 뉘앙스를 잘 표현하도록 해석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에 최적화 시켰습니다. 전철이나 버스 안, 혹은 벤치에 앉아서 잠깐씩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영화 속 명언들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
송성태, 서정석
출판
남과 다른 나
출판일
2024.08.26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1946년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작품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 이 흑백 영화는 시대를 초월한 감동과 교훈을 전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컬러로 처리한 영화보다 흑백 버전이 훨씬 더 좋습니다) 영화는 한 남자가 자신의 삶이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깨닫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죠지 베일리(George Bailey)는 세계를 여행하며 멋진 건축물을 보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이웃을 돕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합니다.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가족이 운영하던 적자 투성이 저축대부조합을 물려 받습니다. 동생의 학비도 책임져야 했습니다. 주로 저 소득층인 마을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갖도록 도와 줍니다. 그는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돕습니다. 결혼 후에, 검소하고 현명한 아내 메리와 가정을 꾸리지만, 죠지의 꿈은 멀어져만 갑니다.

 

192910 24. 미국 증권 시장의 폭락과 함께 대공황이 전 세계를 휩쓸었습니다. 전례 없던 무시무시한 경제 파국은 착한 죠지라고 봐주지 않았습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치매기가 있던 삼촌이 회사의 공금을 잃어버립니다. 죠지는 모든 것을 잃고 파산할 위기에 처합니다. 절망에 빠진 그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다리 난간 위에 올라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려고 합니다. 그 순간 인간으로 변신한 수습천사 클라렌스가 등장합니다. 클라렌스는 죠지에게 그가 없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보여줍니다. 죠지의 존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주었는지 일깨워줍니다.

 

천사가 등장하지만 기적은 사람들이 만듭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죠지가 어려움 속에서도 도움을 준 이웃들이 하나둘씩 나타나서,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그의 빚을 갚아줍니다. 친구들과 가족의 사랑을 확인한 죠지는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입니다.

 

천사 클라렌스가 죠지와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No Man Is A Failure Who Has Friends.

-- Clarence, It"s a Wonderful Life (1946)

친구가 있는 사람은 실패자가 아니야.

-- 클라렌스, 멋진 인생 (1946)

출처:  영화속 명대사 100

 

 

Behind Story

 

감독 프랭크 카프라는 이 영화를 자신의 작품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았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인들은 물론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개봉 당시에는 대박은 커녕 영화사를 문닫게 하고 감독을 은퇴하게 할 정도로 폭망했습니다.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에 시달린 당시 관객들이 더 밝고 즐거운 영화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참전 군인이었던 카프라는 영화 제작 도중 배우 제임스 스튜어트와 절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스튜어트는 역시 전쟁에서 막 돌아온 직후였고,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카프라는 다그치지 않고 스튜어트가 연기할 준비가 되도록 기다려 주었습니다. 특히 강가에서 죠지가 오열하는 장면은 대본에 없던 즉흥 연기였다고 합니다. 감독의 신뢰를 바탕으로 제임스 스튜어트는 자신감을 찾게 되었습니다.

 

또한, 천사 클라렌스와의 대화는 당시 영화 제작 코드의 제약을 우회하기 위해 특별히 신중하게 쓰였습니다. 당시 영화계에서는 종교를 모욕하거나 천사를 조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프랭크 카프라는 천사를 무조건 신성시하는 대신에 인간적인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영화에서 수습천사 클라렌스는 상급천사의 상징인 날개에 집착합니다. 성스러운 존재인 천사지만 승진을 하고 싶어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려는 의도였습니다. 이러한 연출의 결과 영화에는 종교적 메시지보다는 인간적인 훈훈함이 담기게 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영화대사 100
이 책은 우리에게 지혜와 영감을 주는 영화 속 명언 100개를 선택하여 우리말로 옮겨 놓았습니다. 각 영화 명언은 해당 영화 제목과 대사를 말했던 캐릭터를 밝혀 놓았습니다. 우리말은 가능한 영어 뉘앙스를 잘 표현하도록 해석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에 최적화 시켰습니다. 전철이나 버스 안, 혹은 벤치에 앉아서 잠깐씩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영화 속 명언들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
송성태, 서정석
출판
남과 다른 나
출판일
2024.08.26

 

사랑이 뭔지...

 

1933년 영화 킹콩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킹콩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감정 때문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합니다.


킹콩은 -동물 주제에- 여주인공 앤(Ann Darrow)을 사랑했습니다. 사랑 때문에 킹콩은 뉴욕에 끌려왔고, 결국 비극이 시작 되었습니다. 킹콩은 스컬(skull) 아일랜드의 왕이었습니다. 그곳의 원주민들은 킹콩을 신처럼 숭배했습니다. 그를 위해 아름다운 여성을 제물로 바치기도 했습니다. 식인도 하지 않은 킹콩에게 인신공양이 무슨 소용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탐욕스런 백인들은 킹콩을 포획해 뉴욕으로 끌고 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세계 8번째 불가사의"로 전시된 킹콩은 동물원 고릴라 취급을 받았습니다. 쇠사슬에 묶인 채 바나나 세례를 받던 킹콩은 분노합니다. 결국 야수는 쇠사슬을 부수고 탈출합니다. 킹콩은 빌딩숲을 헤치고 패닉에 빠진 군중들을 뛰어 넘어 앤을 찾아 헤맵니다. 그녀를 만난 킹콩은, 그녀를 품에 안고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올라갑니다. 아마도 고향 숲에서 올라가 놀던 거대한 나무가 생각났나 봅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순정 괴수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비행기들이 출동해 킹콩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킹콩은 비행기들을 맨손으로 잡아 장난감처럼 패대기치며 마지막까지 저항합니다. 하지만 그의 힘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킹콩은 총탄에 맞아 까마득한 높이에서 떨어져 죽고 맙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품 안에 있는 앤을 보호하려고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킹콩을 뉴욕으로 잡아왔던 칼 덴햄은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정리합니다. "비행기가 그를 죽인 게 아니야. 바로 그놈의 사랑 때문이야." 킹콩은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은 존재였습니다. 바로 그 점이 괴수 킹콩을 단순한 파괴자가 아닌 비극적이고 낭만적인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도 킹콩이 스크린 위에서 부활하는 이유입니다.

 

Oh no, it wasn't the airplanes. It was beauty killed the beast.

-- Carl Denham, King Kong (1933)

아니야, 비행기가 아니었어. 미녀가 야수를 죽인 거야.

-- 칼 덴햄, 킹콩 (1933)

출처:  영화속 명대사 100

 

 

Behind Story


하지만 킹콩의 후예들은 다릅니다. 그들에게는 원조의 뜨거운 가슴이 없습니다. 닥치는 대로 건물을 부수고, 고질라와 싸우기만 합니다. 사랑도, 낭만도 부족합니다. 사이즈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지만 내면이 텅 비었으니 매력이 없습니다. 

영화 제작 당시 킹콩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스톱모션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이 기술은 혁신적이었고, 킹콩의 표정과 움직임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특히 앤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신기한 듯 살피는 장면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작은 흑백 TV였지만 킹콩의 거대함이 화면을 뚫고 나올 정도로 무시무시했습니다. 

또 하나, 킹콩이 올라갔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역시 미니어처 였습니다. 제작진은 실제 빌딩 미니어처를 제작했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촬영 중 작업자들이 모형 빌딩에서 추락해 죽을 뻔했다고 합니다. 

이런 제작진의 열정도 킹콩의 흥행에 한 몫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원조 킹콩, 그는 단순한 괴수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성을 가진, 사랑을 위해 죽었던 비극적인 영웅이었습니다. 인간도 아닌 주제에 말입니다. 

 

 

 
기억에 남는 영화대사 100
이 책은 우리에게 지혜와 영감을 주는 영화 속 명언 100개를 선택하여 우리말로 옮겨 놓았습니다. 각 영화 명언은 해당 영화 제목과 대사를 말했던 캐릭터를 밝혀 놓았습니다. 우리말은 가능한 영어 뉘앙스를 잘 표현하도록 해석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에 최적화 시켰습니다. 전철이나 버스 안, 혹은 벤치에 앉아서 잠깐씩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영화 속 명언들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
송성태, 서정석
출판
남과 다른 나
출판일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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