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Hur"
서기 26년, 로마 황제가 유대 지역의 예루살렘을 방문하려고 합니다. 로마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지상 최강의 제국으로 군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인간 세상 최고 권력자가 굳이 3,000km나 떨어진 황량한 촌구석에 행차하려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지상 최고 권력자인 로마 황제는 심기가 아주 불편했습니다. 돼지 고기도 먹지 않는 미개한 유대인들이 위대한 로마 제국에 반항하기 때문입니다. 메시아로 떠 받드는 목수 출신 예언자 나부랭이가 로마를 멸망시키고 자신들을 해방시킬 것이라는 환상 속에서 말입니다.
당시 예루살렘 로마 주둔군 사령관은 메살라(Messala)였습니다. 촌구석에 쳐박혀 로마로 돌아갈 기회만 엿보던 야심에 가득 찬 젊은 장군에게 행운이 찾아 왔습니다. 메살라는 늙은 염소만큼이나 고집센 유대인들에게 본때를 보여서 황제에게 눈도장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는 사람은 좋지만 모질지 못한 전임 총독에게 유대인들에게 본때를 보여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바람에 날리는 지긋지긋한 석회 가루 때문에 콜록거리던 총독은 메살라에게 하소연합니다. 몸이야 가두고 고문할 수도 있지만 머릿속에 있는 사상과는 싸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둥에 묶여 불에 타 죽어가면서도 찬송가를 부르는 “예수교도”들의 광기에 질린 것입니다. 총독은 한술 더 떠서 예수라는 목수가 가져올 "하늘의 왕국"을 믿고 있는 눈치입니다.
메살라는 나약한 총독을 비웃으며 사상에는 사상으로 싸워야 한다고 대꾸합니다. 신의 아들이 다스리는 하늘의 왕국에 로마 황제가 지배하는 지상의 왕국으로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메살라는 황제의 지엄한 권위를 보이기 위해 유대인 몇 백명쯤은 화형대에 세울 작정입니다. 그는 이후에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 벤허(Ben Hur)를 배신합니다. 그리고 유대인들을 탄압하며 지상의 왕의 힘을 과시하다가 불행한 최후를 맞습니다.
메살라의 말입니다.
Behind Story
Ben-Hur는 1959년 개봉된 윌리엄 와일러(William Wyler) 감독의 영화로, 헐리우드 역사상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 중 하나였습니다. “로마의 휴일” 같은 동화 같은 영화를 찍던 감독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대작 서사 영화입니다.
1. 전설적인 "전차 경주"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전차 경주는 지금보면 더욱 충격적입니다. 거대한 세트에서 배우들이 직접 전차를 몰고 달립니다. CG하나 없이 말그대로 목숨 걸고 촬영했습니다. 당시의 기술적 한계와 물리적 위험을 극복한 놀라운 촬영이었습니다. 실제 촬영은 이탈리아 스튜디오에 특별히 만든 거대한 세트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세트는 당시 영화사에서 가장 큰 규모로, 수천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었습니다.
말과 전차를 조종하는 장면은 배우들과 스턴트 팀이 직접 연기했습니다. 주연배우 찰턴 헤스턴(Charlton Heston)은 전차 조종 기술을 직접 배워 촬영에 참여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한 스턴트맨이 전차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장면 일부는 그대로 영화에 포함되었습니다. 전차가 부서지고 기수가 땅에 나뒹구는 장면입니다. 전차를 몰고 질주하던 주연 배우 찰턴 헤스턴이 놀라서 어깨 너머로 돌아 보는 모습이 그대로 화면에 잡힙니다.
CG 덩어리인 요즘 영화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아찔한 박진감에 그야말로 손에 땀이 차고 온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2. MGM의 도박
Ben-Hur의 제작비는 당시 기준으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영화 제작비는 약 1500만 달러(오늘날 기준으로 수억 달러에 해당)였습니다. TV가 미국 가정에 보급되면서 영화 제작사들은 위기에 처합니다. 편당 제작비가 높았던 뮤지컬 등 대작 영화에 의존하던 MGM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더욱 사정이 나빴습니다. 영화사를 파산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거액을 투자한 도박이었습니다.
다행히 영화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195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이 기록은 이후 “타이타닉 (Titanic, 1997)”과 “반지의 제왕 3부작 (Lord of the Ring)” 전까지 깨지지 않았습니다.
(MGM은 2022년 아마존에 인수되었습니다.)
3. 예수의 얼굴
영화에서 예수는 내용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로마가 예루살렘을 눈에 가시처럼 생각하는 것이 메시아로 출현했다는 예수의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로마 제국에 의해 노예로 팔려가던 벤허는 뜨거운 모래 사막에서 탈진해 쓰러집니다. 로마 군인들이 벤허에게 채찍질을 하는 와중에 누군가 그에게 물 바가지를 건넵니다. 물을 건네던 낯선 이에게 채찍을 들어 올리던 로마 군인이 주춤거리며 손을 내리고 뒤로 물러 섭니다. 허겁지겁 물을 마시고 난 벤허가 성스러운 빛으로 둘러싸인 사람을 올려다 봅니다. (관객들은 예수의 뒷 모습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의 얼굴은 한 번도 화면에 비치지 않습니다. 이는 예수를 초월적인 존재로 묘사하려는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의도였습니다. 감독은 성스러운 존재의 모습을 관객의 상상에 맡기려 했습니다. 예수의 손과 실루엣만을 통해 그의 존재감을 극대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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