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라고 성장하는 어휘들 



 어휘들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서로 의미상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휘를 학습함에 있어서 개별 단어들이 맺고 있는 ‘모든’ 관계까지 알 필요는 없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일이 그렇듯이, 어휘를 학습함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어휘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관심이 없는 보통 사람들은, 개별 어휘가 우발적이고 우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어휘는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며, 새롭게 태어나거나 성장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하죠. 이러한 사람들에게 어휘는 특색 없고 무미건조한, 그저 존재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1) 출생과 성장

 물론 어휘 중에는 기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전에 발생해서, 변화하지도 않고 그저 사람들에게 사용되기만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어휘들은 사람처럼 태어나서 성장합니다. 그들은 정신없는 어린 시절과, 정열적인 젊은 시절, 그리고 착실하지만 어딘가 허무한 중년을 보냅니다. 또한 어휘들은 결혼도 하고, 아들과 딸을 남기고, 나이 들어서 약해지고,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언중들에게 무시당해 잊혀 지기도 합니다.



(2) 장년과 노년
 젊은이들이 하는 원기 왕성한 사회활동으로부터 면제(?)받은 노년기 어휘들은 자신만의 공간으로 은퇴합니다. 자신만의 성을 쌓지 못한 노년기 어휘들은, 존경받아야하고, 누군가 그들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고독 속에서 파란 만장한 삶을 마감합니다. 오직 일군의 언어학자들만이 학문적인 이유에서 가끔 이들을 찾을 뿐이죠.


 장년기의 어휘가 보여주는 모습은 인간과 상당부분 유사합니다. 어떤 어휘들은 많이 알려지고 어떤 어휘들은 잊혀 집니다. 어떤 언어들은 태어날 때부터 영광의 길을 걷지만, 어떤 어휘들은 곧바로 망각의 길로 곤두박질칩니다. 한 번 영광을 누렸던 어휘들도 언중들의 입 밖에 날 수 있으며, 한 때 잊혀졌던 어휘들이 화려하게 부활하여 관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야심적인 몇몇 어휘들은 자신들을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상류계층들만을 쫒아 다니기도 합니다.



(3) 방황하는 어휘들

이와는 달리 어떤 어휘들은 삶에 대한 실망과 회의로 인해서, 보다 더 원초적인관계를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표면적이고 피상적인 관계에 환멸을 느낀 이들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저분하지만 감성적인 단어들과 어울립니다.


 조금 더 평범한 삶을 살면서 자신과 같은 사회적 수준을 가진 단어와 결혼하는 어휘들도 있습니다.


(4) 된장(?)족 어휘들

 몇몇 단어들은 독신으로 지내며 후손을 남기지 않고, 어떤 어휘들은 단정치 못한 후손을 남기거나 사생아를 남기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어휘들의 계통을 연구해 보면, 어떤 어휘들은 교양 있는 중산층 출신이고, 어떤 어휘들은 혈통이 혼합된 복잡한 잡종이며, 어떤 것들은 자부심을 가진, 유서 깊은, 아마도 엄격한 집안에서 교육을 받은 어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인연을 끊고 혼자 살아가는 것은 언어의 본성에 반하는 것입니다. 외부적인 욕망과 내면적인 기질에 의해서, 어휘는 다른 어휘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그렇듯이, 어휘들에게도 가장 자연스럽고 일차적인 관계는 그들의 친족들과 맺는 것입니다.


(5) 정리

어휘들이 가지는 유사성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그들은 혈연관계에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 그들은 결혼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언어가 맺고 있는 이 두 종류의 관계를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죠.

 vocabulary family file 0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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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ugh, thank you." 


 영어 교육과에서 놀란 것은 외국인 교수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세계화(!) 되기 이전, 인터넷도 잘 안 되던 모뎀 bps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 교수 (Bob)가 있었습니다. 충격과 감동이었습니다.  
 
 Lab 실에서 첫 수업시간이었습니다.
 외국인 교수는 돌아가면서 학생들에게 교재를 읽도록 하였습니다. 똑 같이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왔지만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은 달랐습니다. 여학생들은 정말 발음이 좋더군요. 

여학생들이 읽을 때 반응,
  "와!"

남학생들이 읽을 때 반응.
 "킥킥킥!"

 같은 남자지만 들어주기 거북했습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제 차례가 왔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영어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30초가 지났을려나...
 외국인 교수님이 저를 배려해 주더군요. 
 
"Enough, thank you."
   ......
 
"킥킥킥!"


 그 때부터 '30초'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 보유자가 되었습니다.
 그 많은 여자 동기들 앞에서 부끄럽더군요. ㅎ
  


 




 
 


 




전공은 알고 하자!


 영어를 전공하고, 영어 가르치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 가고 있습니다. 영어의 프로라고 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제가 영어를 전공하게 된 것은 전혀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너무 설득력있었던 고3 담임이 제 전공을 정해 주었거든요.

 대한민국 고3이면 누구나 치르던 원서영역시험이었습니다. 저하고 일절 상의도 없이, 담임은 K대 영어교육과 원서를 써 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지원자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담임이 원서를 써 놓고 도장만 찍으라고 하더군요.

  불만에 가득찬 제게 담임선생님은  "반박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하더군요. 

 첫째, 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무조건 합격해야 한다. 그러므로 하향 지원이다.
 둘째, 집이 어려우니 대학가면 과외를 해야 한다. 영어교육과면 과외 줄 선다.

 대한민국 고3에게 기성세대의 너무나 현실적인 제안은 그저 우스울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거부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사대라 여학생이 많다."

 경제적 미끼에도 꿈쩍않던 열혈 고3은 그 한 마디에 저항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k대 영어교육과에 갔고 졸업했습니다. 

 영어교육과에서 배운 것은?
 
감산신고(
  ) , 즉 인생이었습니다. 주로 쓴 맛이었지만요.
그리고 어른들 말 무시하면 안 되겠다라는 것도요.
특히, "학점은 평생 따라 다닌다"라는 불변(!)의 진리를요.

 다음부터 영어 고군분투기를 올리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veryone has a first time.


    
 대학교 1학년, 휴교를 당해서 고향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 달여 동안 휴교를 했지만 등록금을 반환받은 기억은 없군요. ㅎ)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제 곁에 백인 여성, 그것도 군복차림의 탄탄한 여성이 앉는 것이었습니다. 환한 미소와 함께 그 여군은 제 곁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평생처음 외국인과 앉아 본 영어학도의 심장 박동수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외국인과 자리를 함께 한 것은 처음이었으니까요. 더구나 여성이라니요. 

  버스가 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갈 때까지 흥분과 두려움에 망설이던 젊은 영어학도는 기어코 용기를 냈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기는 싫었거든요. 더구나 제게는 숀 코널리가 애용하던 비장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Excuse me? 



  그리고 다음 대사까지 치밀하게 생각해 두었습니다. 그녀가 대답하면 다음과 같이 말하려고요. 
 
 

Can you  spare me a minute?


 그러면 책에서 배운 것처럼 그녀가 ['Yes, ~"]라고 할테니까라고 생각하면서 대화를 구성했습니다. 

아드레날린의 도움으로 쪽팔림을 극복한 영어학도는 드디어 평생 처음으로 Native, 그것도 여군에게 말을 걸기로 결정했습니다. 

영어학도  : Excuse me?
She         : ---? (눈짓으로, '뭐지 얘는?)
영어학도  : Can you spare me a minute?
She         : Ok, what?

'Ok, What'이라니???'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그녀의 반응에 영어학도의 뇌세포들은 순간 멈추어 버렸습니다. 그녀는 신문까지 접으면서 제 얼굴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뭔가를 말해야 하는데...

 갑자기 제 입은 주인의 지성을 배반하고 어처구니 없는 말을 내 뱉고 말았습니다.


 Can you speak Korean?


---

 그녀는 참으로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유창하고 상냥하게 말해주더군요.
 

할 수 있어요. 그런데요?


------
 
그리고 그녀와 나는 종착지까지 거의 세 시간 동안 한국말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중간 중간 서투른 영어도 섞어서요.

 그녀는 아시아 정치를 전공하는 대학원 생이었습니다. 학비를 모으려고 군에 입대했다고 하더군요. 중간에 그녀가 웃으면서 물었습니다. 만일 자기가 한국어를 못했으면 어떻게 할 뻔 했냐고요. 달리는 버스에서 뛰어 내렸을 거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참으로 무모했던 시기였죠. 하지만 이러한 경험이 영어 공부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게한 것도 사실입니다.

 힘을 냅시다.

  



 







우리 왕자님, 2학년 축하해.
아빠가 차려준 아침 먹느라 1년 동안 고생 많았다.
올 한 해도 잘 부탁한다. ㅎ

올해는 아빠가 요리를 배울께.
최소한 초코 시리얼보다는 맛있는 아침을 차려주마.

아빠가 항상 부탁하는 말.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
(아빠도 이제 진짜 학부형 다 되었다.)

동생 좀 그만 갈구고.
아무튼 화이팅, 아들!
 

와이프, 축하해!
취직하면 여행가기로 한 것, 딸네미 덕분에 물건너 가고 말았네. ㅎ
하지만 우리 공주님 잘 크고 있잖아.
아무튼 엄마 아빠 쉬는 날은 귀신같이 알고 아파요.

올해는 SCI 논문 나오길 바래.
남편도 열심히 도울께.

언제나 고마워.
(싱크대에 쓰레기 버리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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