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1946년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작품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 이 흑백 영화는 시대를 초월한 감동과 교훈을 전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컬러로 처리한 영화보다 흑백 버전이 훨씬 더 좋습니다) 영화는 한 남자가 자신의 삶이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깨닫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죠지 베일리(George Bailey)는 세계를 여행하며 멋진 건축물을 보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이웃을 돕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합니다.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가족이 운영하던 적자 투성이 저축대부조합을 물려 받습니다. 동생의 학비도 책임져야 했습니다. 주로 저 소득층인 마을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갖도록 도와 줍니다. 그는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돕습니다. 결혼 후에, 검소하고 현명한 아내 메리와 가정을 꾸리지만, 죠지의 꿈은 멀어져만 갑니다.

 

192910 24. 미국 증권 시장의 폭락과 함께 대공황이 전 세계를 휩쓸었습니다. 전례 없던 무시무시한 경제 파국은 착한 죠지라고 봐주지 않았습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치매기가 있던 삼촌이 회사의 공금을 잃어버립니다. 죠지는 모든 것을 잃고 파산할 위기에 처합니다. 절망에 빠진 그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다리 난간 위에 올라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려고 합니다. 그 순간 인간으로 변신한 수습천사 클라렌스가 등장합니다. 클라렌스는 죠지에게 그가 없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보여줍니다. 죠지의 존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주었는지 일깨워줍니다.

 

천사가 등장하지만 기적은 사람들이 만듭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죠지가 어려움 속에서도 도움을 준 이웃들이 하나둘씩 나타나서,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그의 빚을 갚아줍니다. 친구들과 가족의 사랑을 확인한 죠지는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입니다.

 

천사 클라렌스가 죠지와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No Man Is A Failure Who Has Friends.

-- Clarence, It"s a Wonderful Life (1946)

친구가 있는 사람은 실패자가 아니야.

-- 클라렌스, 멋진 인생 (1946)

 

감독 프랭크 카프라는 이 영화를 자신의 작품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았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인들은 물론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개봉 당시에는 대박은 커녕 영화사를 문닫게 하고 감독을 은퇴하게 할 정도로 폭망했습니다.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에 시달린 당시 관객들이 더 밝고 즐거운 영화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참전 군인이었던 카프라는 영화 제작 도중 배우 제임스 스튜어트와 절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스튜어트는 역시 전쟁에서 막 돌아온 직후였고,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카프라는 다그치지 않고 스튜어트가 연기할 준비가 되도록 기다려 주었습니다. 특히 강가에서 죠지가 오열하는 장면은 대본에 없던 즉흥 연기였다고 합니다. 감독의 신뢰를 바탕으로 제임스 스튜어트는 자신감을 찾게 되었습니다.

 

또한, 천사 클라렌스와의 대화는 당시 영화 제작 코드의 제약을 우회하기 위해 특별히 신중하게 쓰였습니다. 당시 영화계에서는 종교를 모욕하거나 천사를 조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프랭크 카프라는 천사를 무조건 신성시하는 대신에 인간적인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영화에서 수습천사 클라렌스는 상급천사의 상징인 날개에 집착합니다. 성스러운 존재인 천사지만 승진을 하고 싶어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려는 의도였습니다. 이러한 연출의 결과 영화에는 종교적 메시지보다는 인간적인 훈훈함이 담기게 되었습니다.

'송샘 영화 > 영화속 명대사 100' 카테고리의 다른 글

001. 순정 괴수 킹콩 (King Kong)  (1) 2024.12.02

Oh no, it wasn't the airplanes. It was beauty killed the beast.

-- Carl Denham, King Kong (1933)

아니야, 비행기가 아니었어. 미녀가 야수를 죽인 거야.

-- 칼 덴햄, 킹콩 (1933)

 

1933년 영화 킹콩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킹콩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감정 때문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합니다.


킹콩은 -동물 주제에- 여주인공 앤(Ann Darrow)을 사랑했습니다. 사랑 때문에 킹콩은 뉴욕에 끌려왔고, 결국 비극이 시작 되었습니다. 킹콩은 스컬(skull) 아일랜드의 왕이었습니다. 그곳의 원주민들은 킹콩을 신처럼 숭배했습니다. 그를 위해 아름다운 여성을 제물로 바치기도 했습니다. 식인도 하지 않은 킹콩에게 인신공양이 무슨 소용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탐욕스런 백인들은 킹콩을 포획해 뉴욕으로 끌고 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세계 8번째 불가사의"로 전시된 킹콩은 동물원 고릴라 취급을 받았습니다. 쇠사슬에 묶인 채 바나나 세례를 받던 킹콩은 분노합니다. 결국 야수는 쇠사슬을 부수고 탈출합니다. 킹콩은 빌딩숲을 헤치고 패닉에 빠진 군중들을 뛰어 넘어 앤을 찾아 헤맵니다. 그녀를 만난 킹콩은, 그녀를 품에 안고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올라갑니다. 아마도 고향 숲에서 올라가 놀던 거대한 나무가 생각났나 봅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순정 괴수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비행기들이 출동해 킹콩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킹콩은 비행기들을 맨손으로 잡아 장난감처럼 패대기치며 마지막까지 저항합니다. 하지만 그의 힘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킹콩은 총탄에 맞아 까마득한 높이에서 떨어져 죽고 맙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품 안에 있는 앤을 보호하려고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킹콩을 뉴욕으로 잡아왔던 칼 덴햄은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정리합니다. "비행기가 그를 죽인 게 아니야. 바로 그놈의 사랑 때문이야." 킹콩은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은 존재였습니다. 바로 그 점이 괴수 킹콩을 단순한 파괴자가 아닌 비극적이고 낭만적인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도 킹콩이 스크린 위에서 부활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킹콩의 후예들은 다릅니다. 그들에게는 원조의 뜨거운 가슴이 없습니다. 닥치는 대로 건물을 부수고, 고질라와 싸우기만 합니다. 사랑도, 낭만도 부족합니다. 사이즈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지만 내면이 텅 비었으니 매력이 없습니다. 

영화 제작 당시 킹콩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스톱모션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이 기술은 혁신적이었고, 킹콩의 표정과 움직임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특히 앤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신기한 듯 살피는 장면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작은 흑백 TV였지만 킹콩의 거대함이 화면을 뚫고 나올 정도로 무시무시했습니다. 

또 하나, 킹콩이 올라갔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역시 미니어처 였습니다. 제작진은 실제 빌딩 미니어처를 제작했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촬영 중 작업자들이 모형 빌딩에서 추락해 죽을 뻔했다고 합니다. 

이런 제작진의 열정도 킹콩의 흥행에 한 몫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원조 킹콩, 그는 단순한 괴수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성을 가진, 사랑을 위해 죽었던 비극적인 영웅이었습니다. 인간도 아닌 주제에 말입니다. 

'송샘 영화 > 영화속 명대사 100' 카테고리의 다른 글

002. 멋진 인생 (It's a wonderful life)  (1) 2024.12.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