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Up/여기는 창고2012. 3. 4. 12:32
   

 Everyone has a first time.


    
 대학교 1학년, 휴교를 당해서 고향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 달여 동안 휴교를 했지만 등록금을 반환받은 기억은 없군요. ㅎ)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제 곁에 백인 여성, 그것도 군복차림의 탄탄한 여성이 앉는 것이었습니다. 환한 미소와 함께 그 여군은 제 곁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평생처음 외국인과 앉아 본 영어학도의 심장 박동수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외국인과 자리를 함께 한 것은 처음이었으니까요. 더구나 여성이라니요. 

  버스가 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갈 때까지 흥분과 두려움에 망설이던 젊은 영어학도는 기어코 용기를 냈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기는 싫었거든요. 더구나 제게는 숀 코널리가 애용하던 비장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Excuse me? 



  그리고 다음 대사까지 치밀하게 생각해 두었습니다. 그녀가 대답하면 다음과 같이 말하려고요. 
 
 

Can you  spare me a minute?


 그러면 책에서 배운 것처럼 그녀가 ['Yes, ~"]라고 할테니까라고 생각하면서 대화를 구성했습니다. 

아드레날린의 도움으로 쪽팔림을 극복한 영어학도는 드디어 평생 처음으로 Native, 그것도 여군에게 말을 걸기로 결정했습니다. 

영어학도  : Excuse me?
She         : ---? (눈짓으로, '뭐지 얘는?)
영어학도  : Can you spare me a minute?
She         : Ok, what?

'Ok, What'이라니???'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그녀의 반응에 영어학도의 뇌세포들은 순간 멈추어 버렸습니다. 그녀는 신문까지 접으면서 제 얼굴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뭔가를 말해야 하는데...

 갑자기 제 입은 주인의 지성을 배반하고 어처구니 없는 말을 내 뱉고 말았습니다.


 Can you speak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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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참으로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유창하고 상냥하게 말해주더군요.
 

할 수 있어요. 그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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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와 나는 종착지까지 거의 세 시간 동안 한국말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중간 중간 서투른 영어도 섞어서요.

 그녀는 아시아 정치를 전공하는 대학원 생이었습니다. 학비를 모으려고 군에 입대했다고 하더군요. 중간에 그녀가 웃으면서 물었습니다. 만일 자기가 한국어를 못했으면 어떻게 할 뻔 했냐고요. 달리는 버스에서 뛰어 내렸을 거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참으로 무모했던 시기였죠. 하지만 이러한 경험이 영어 공부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게한 것도 사실입니다.

 힘을 냅시다.